"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 갈 뿐…"
한때 제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말이었습니다. 카드값과 대출 이자가 월급날이 되기 무섭게 빠져나가고 나면, 통장 잔고는 언제나 위태로웠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막막함이 앞섰던 2025년의 어느 날. 저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 삶에서 많은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제가 빚을 갚기 위해 과감히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솔직한 기록입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버림으로써 오히려 더 소중한 것들을 얻게 된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과거의 저처럼 캄캄한 부채의 터널을 홀로 걷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 '보여주기식 소비'와의 완벽한 이별
가장 먼저 버린 것은 바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습관' 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소비의 상당 부분은 나의 만족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었습니다.
- 인스타그램 맛집 도장 깨기: SNS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유행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습니다. 정작 음식 맛은 기억나지 않고, '좋아요' 개수에만 집착했죠.
- 시즌마다 바뀌는 '신상' 옷: 유행에 뒤처지기 싫다는 불안감에 월급의 상당 부분을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 데 썼습니다. 하지만 옷장에는 택도 떼지 않은 옷들이 쌓여만 갔습니다.
-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 친구들의 명품 가방, 지갑이 부러워 무리하게 할부로 구매했습니다. 그 할부금이 매달 제 목을 조여올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이 모든 '과시용 소비'를 끊어냈습니다.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고, 쇼핑 앱의 알림을 껐습니다. 처음에는 허전하고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니, 제 지갑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유행을 좇는 대신 나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고, 비싼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정성껏 차린 밥상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얻게 된 것: 타인의 인정이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 기준.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확보한 월 30만 원 이상의 저축액.
2.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중독
현대 사회에서 '편리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유혹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그 유혹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빚을 갚기로 결심한 순간, 저는 이 '편리함의 대가' 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 하루 한 잔의 카페인 수혈, 카페 커피: "오늘 하루도 힘내자"는 핑계로 매일 아침 5,000원짜리 커피를 마셨습니다. 한 달이면 15만 원, 1년이면 180만 원이라는 계산은 애써 외면했죠.
- 피곤하다는 이유로 습관이 된 배달 음식: 퇴근 후 지쳤다는 이유로 배달 앱을 켜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사이드 메뉴까지 시키기 일쑤였죠.
- 5분 거리도 망설임 없이, 택시: 조금만 늦거나 걷기 귀찮으면 바로 택시 앱을 눌렀습니다. 한 달 교통비를 정산해보면 기본요금이 쌓여 만들어낸惊라운 금액에 놀라곤 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편리함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집에서 내린 커피를 마셨고, 주말에는 일주일치 밑반찬을 미리 만들어두었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몸은 조금 고되고 귀찮았지만, 통장 잔고가 쌓이는 것을 보며 그 어떤 편리함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얻게 된 것: 건강한 식습관과 체력, 그리고 매달 고정적으로 아낄 수 있었던 약 40만 원의 생활비.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3. '의미 없는 관계'와 시간 낭비
어쩌면 돈보다 더 버리기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인간관계' 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무감과 체면 때문에 유지해오던 '의미 없는 관계'들이었죠.
빚에 허덕이면서도 저는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을 믿으며 수많은 모임에 나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보다 신세 한탄이나 남의 험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소모적인 자리였습니다.
- 거절하지 못했던 술자리: 불편한 사람들과의 술자리, 다음 날 숙취와 함께 남는 것은 텅 빈 지갑뿐이었습니다.
- 부담스러웠던 경조사: 내 코가 석 자인데도 불구하고, 체면 때문에 무리해서 경조사비를 챙겼습니다.
- 목적 없는 동창회 및 모임: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고 공감대 없는 대화만 오가는 모임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이런 모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절하는 법을 배웠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서운하다는 소리도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불필요한 관계를 솎아내자, 정말 내 곁에 남아야 할 소중한 인연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얻게 된 것: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그리고 진정한 내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 이 시간을 활용해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고, 부수입을 만들기 위한 자기계발에 투자했습니다.
4. 가장 버리기 힘들었던, '조급함과 비교하는 마음'
눈에 보이는 소비 습관이나 관계보다 더 뿌리 깊게 저를 괴롭혔던 것은 바로 '조급함'과 '남과 비교하는 마음' 이었습니다.
"친구는 결혼해서 아파트 대출을 갚아나가는데, 나는 학자금 대출도 아직…" "동기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데, 나는 마이너스 통장 인생이구나."
SNS를 볼 때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비교와 자괴감에 빠져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조급함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같은 위험한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 마음을 버리는 것이 빚 갚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제 재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1년 안에 모든 빚 청산!' 같은 허황된 목표 대신, '이번 달은 지난달보다 10만 원 더 갚기'처럼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매일 가계부를 쓰며 나의 현금 흐름을 추적했고,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를 존중하기 시작하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얻게 된 것: 건강한 자존감과 재정적 안정감. 단기적인 대박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자산을 쌓아가는 올바른 재무 습관을 얻었습니다.
버림으로써 비로소 채울 수 있었습니다.
빚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포기'와 '버림'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텅 빈 공허함이 아니었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생긴 그 빈자리는 '자신감', '건강', '소중한 시간', '진정한 인간관계' 그리고 '희망' 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물론,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의 삶을 갉아먹는 것들을 하나씩 버릴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삶에서 버려야 할 첫 번째 것은 무엇인가요?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작은 날갯짓이 당신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줄 강력한 태풍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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